경기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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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기에 학대와 같은 부정적 경험을 겪으면 성인이 됐을 때 만성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 만성질환예방과 연구진들은 18세 미만의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성인기 이후 주요 만성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3일 ‘주간 건강과 질병’ 제12권 제48호를 통해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에 겪은 부정적 경험은 성인기 이후의 주요 만성질환인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간 또는 소화기질환, 호흡기질환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즈비(OR)=2.07(95% 신뢰구간, 1.66-2.59). 호흡기질환은 부정적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 비해 연관성이 3.05배까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부정적 경험에는 신체적 학대, 정신적 학대, 방임이 포함됐고, 넓게는 성적학대, 언어폭력,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 약물복용, 범죄, 재정적 곤란, 불화, 정신질환도 포함됐다. 가까운 사람들의 부재로 인한 상실(부모의 별거·이혼 친지 또는 친구의 사망)도 다루어졌다.
세부적으로 신체적 학대는 허혈성심질환(OR=1.50(95% 신뢰구간, 1.40-1.90) 및 기타 심장질환(OR=1.57(95% 신뢰구간, 1.11-2.22)과 유의한 상관성을 보였으며, 정서적인 학대와 방임도 허혈성심질환(각각 OR=1.70(95% 신뢰구간, 1.50-1.90), OR=1.35(95% 신뢰구간, 0.17-1.55)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학대는 간 또는 소화기질환과 호흡기질환에도 연관성이 있었다.
연구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발표한 기존 연구들을 토대로 부정적 경험과 주요 만성질환 사이에 유의한 연관성이 있는 지를 확인한 결과다.
최근 해외에서는 아동기에 겪는 정신적·신체적 부정적 경험이 성인에 이르러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는 조기사망 위험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아동기의 만성적 스트레스가 신경 및 내분비, 면역체계의 발달과정에 부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이러한 변화는 다시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인 기능의 손상과 알로스테닉 부하(우리 신체가 저항할 수 있는 스트레스 정도) 증가를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즉, 부정적인 경험이 있는 아동들은 그렇지 않은 아동들과 신체의 생리학적 발달과 적응 단계에서 차이를 보이고, 건강에 해로운 행동들을 지속해 질병 발생에 더 취약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문수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존에도 아동기 학대 경험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한 연구들은 존재했다. 이번 연구는 정신건강은 물론 신체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부정적 경험을 한 사람들은 건강하지 않은 행위들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정신건강이 불안정할수록 알코올과 담배에 대한 의존이 커진다. 특히 약물의존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같은 소아정신질환의 공존질환으로 흔하게 나타난다”며 “게다가 소아청소년은 자기조절능력이 떨어지고 또래 집단 내 소속감을 중요시 한다. 집단에서 음주와 흡연을 하면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행위들을 무비판적으로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아동학대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보호전문기관에서 집계한 지난해 신고 건수는 3만6417건으로 2017년 대비 약 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되지 않은 사례들을 감안하면 실제 더 많은 아동학대가 발생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책임자인 김일열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예방과장은 “국가적 조사체계를 수립해 아동기 부정적 경험 관련 현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주요 만성질환과의 연관성을 밝혀 아동기 부정적 경험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및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