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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어른들 생각이 바뀌어야 아동학대 사라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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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댓글: 0   조회수: 5,315 날짜: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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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듣는 아동학대 문제 해결방법
    아동학대 행위자 80% 부모 친지
    성인 10명 중 7명은 아이 훈육 중
    최후의 수단으로 체벌 필요 답해
    ‘사랑의 매’로 합리화해선 안 돼

    자녀를 부모 소유물로 인식하고
    학대에 관대한 사회문화 바꿔야
    감정 자제하는 법 스스로 익혀야
    “세상에 맞아도 되는 사람 없어”
경기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사진은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거리 캠페인 모습경기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사진은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거리 캠페인 모습

 

올 초 한국사회를 분노하게 한 사건을 꼽으라면 ‘정인이’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생후 8개월에 입양돼 16개월이란 짧을 생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정인이의 사인은 양부모에 의한 학대였다. 부검결과 췌장이 절단됐고, 후두부와 쇄골, 퇴골이 부러졌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생후 16개월 유아에게 가혹한 폭행이 가해졌음이 드러났다. 정인이 사건으로 많은 이들이 공분을 표출했지만, 아동학대 소식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린다. 최근 구미에서는 3세 어린이가 부모의 방치로 사망했고, 인천에서는 20대 부부가 8세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아동학대 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동학대 피해자와 가정을 살피는 경기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을 3월9일 찾아가 아동학대 원인과 대안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경기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관장 서범석)은 남양주, 구리, 가평 지역 피해아동과 가족, 하동학대 행위자를 위한 상담, 치료 및 교육, 아동학대 예방을 전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말 중에 하나가 “맞을 짓을 했다”는 표현이다.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이 자주하는 변명인데, 놀랍게도 사회가 이를 용인해준다.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때려도 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가 아동학대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있어서 훈육이 필요하다고 여김으로써 가혹한 체벌과 학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7명은 아이에게 훈육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체벌이 필요하다고 답을 해, 체벌에 대한 관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아동학대는 가정 내에서 80%이상 부모에 의해 발생되고 있다. 훈육이란 미명아래 가정에서 가혹한 체벌이나 학대가 행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아동학대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수면에 떠오르지 않았을 뿐 아이들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 1998년에는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누나는 아사해 시신은 집 앞마당에 유기됐고, 동생은 뼈만 남은 모습이 세간에 알려진 일이 있었다. 또 1999년 부모가 아픈 아이를 병원에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생명의 위협을 당한 일도 있다. 두 사건을 계기로 2000년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아동학대 행위자 처벌에 대한 근거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2013년에는 학원에서 늦게 오고 거짓말을 하고,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고 한 아이를 폭행해 숨지게 한 부모, 아이를 때려 죽여 암매장한 아버지, 친아버지 감금을 피해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한 11세 어린이 등 글로 옮기기도 끔찍한 사고들이 많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동학대가 더 빈번해지는 실정이다.

대다수 부모와 친척들은 훈육이란 미명으로 아이들을 체벌하고 학대하지만, 체벌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엘리자베스 거쇼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50년 동안 추적을 통해 체벌과 아동발달의 상관관계을 연구한 논문에서 체벌을 많이 경험한 아이일수록 범죄와 반사회적인 행동빈도가 높아지고 평생 우울과 불안감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거쇼프 교수의 연구결과만 봐도 어린이를 교육하는 데 있어 ‘사랑의 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폭력이나 폭언 등 학대를 당한 어린이들은 마음에 깊은 흉터를 갖는다. 지속적인 학대로 사람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 대인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부부생활이나 부모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아동학대는 세대 간 전이되는 예가 많다. 부모에게 맞고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자녀를 체벌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이성남 경기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 과장은 “학대피해아동의 경우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지나친 공격성을 보이거나 반대로 사회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며 “우울, 거짓말, 도벽, 음주 등 다양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많이 표현하는 등 자아 존중감이 낮다”고 전했다.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어른들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부모가 되긴 쉽지만 좋은 부모가 되긴 어렵다”는 말이 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 지 공부하자. 부모는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소중하고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해야 한다. 또한 아동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대화로 풀어가는 법, 스스로 감정을 자제하는 법 등을 배워야 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하는 모습.경기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하는 모습.

 

일부 부모 중에는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후에도 기관이 과하게 개입한다는 불만을 품고 항의하기도 한다. 법원 행정명령이 아니고서는 상담을 거부하고, 교육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이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자신의 양육방식이 잘못됐다는 인식 자체가 없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방식 또한 달라지지 않는다. 이성남 과장은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데 매를 들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 내 아이를 내가 훈육한다는 데 뭐가 문제냐는 인식부터 바꾸길 바란다”며 “부모들이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훈육할 수 있도록 부모교육 강연 등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동복지시설 및 교육시설에서도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종사자가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 불필요한 신체접촉, 강요 체벌 등은 꾸준히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종사자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교육이 보다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서 역할에 대해서도 명확히 인식시켜주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교문화 때문인지 아동학대를 부모자식 간의 훈육이라 생각해 관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 아동학대 문제가 불거지면서, 의심 신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동의 울음소리나 비명, 신음소리가 계속되는 경우, 아동의 상처에 대해 보호자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 계절에 맞지 않거나 깨끗하지 않은 옷을 입고 다니고, 뚜렷한 이유 없이 학교에 지각이나 결석을 하거나,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에는 112에 신고해야 한다. 이성남 과장은 “지속적인 학대가 반복돼 아이가 위험에 노출되면 아이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며 “신고자에 대해서는 익명이 보장되기 때문에 해코지 당할 걱정 마시고 아이를 생각해서 반드시 112에 신고를 해달라”고 말했다.

경기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위탁운영하고 제25교구본사 봉선사가 지원하며, 남양주시, 구리시, 가평군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 등을 담당한다. 0세부터 만18세까지 아동과 학대 행위자, 부모가족을 대상으로 심리치료와 아동학대 예방교육사업, 홍보사업 등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112 및 방문신고 등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을 때 현장조사를 하며, 사례관리도 진행한다. 학대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우선 2인1조로 구성해 현장조사를 한다. 학대장소가 가정인 경우 반드시 가정을 방문해 피해의심아동과 학대행위의심자, 보호자, 형제자매, 주변인 진술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또한 학대피해아동에게 외상이 있고, 학대 수위가 높은데다가 재학대 위험이 있을 때는 아동에게 안전조치를 하기도 한다.

피해아동이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안전한지에 대한 점검도 하며, 아동의 특성과 학대 유형에 따른 치료서비스도 제공한다. 또한 부모교육 및 가족기능 강화를 위한 가족치료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대피해 아동쉼터 희망둥지도 운영 중이다. 여아 전용 쉼터로 만18세 미만 학대피해아동을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보호하며 상담 및 심리치료, 의복 등 생필품 지원, 교육 및 정서지원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불교신문3660호/2021년4월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