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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스토킹에 유사성행위까지…‘신종’ 메타버스 아동성범죄, 처벌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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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   조회수: 3,522 날짜: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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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내 성희롱·유사성행위 등
성폭력 사례 증가…‘신종범죄’ 주목
제페토 이용자 71%가 7~18살
법상 사각지대도 있어 대책 필요

여중생 2학년인 ㄱ은 올해 가입한 메타버스의 한 게임에서 남자 교복을 입은 캐릭터 ㄴ으로부터 ‘왕게임’을 제안받았다. ㄴ은 게임에서 진 ㄱ에게 채팅창을 통해 실물 사진 등을 보내라고 강요하고, 게임 중엔 ㄱ의 아바타에게 속옷을 제외한 전신을 탈의하도록 한 채 자신의 아바타 위에 반복적으로 앉거나, 사타구니를 향해 엎드리도록 하는 등의 자세를 취하게 했다.

이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메타버스 내 성폭력 등에 대한 피해 호소 등의 사례를 불특정하게 재구성한 일화(지난 2일 여성가족부 ‘신종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아동·청소년 성보호 방안 논의’ 간담회에서 발표된 메타버스 상 성범죄 사례연구에 토대함)로, 메타버스 내 스토킹·성희롱·유사성행위 등의 가능성을 간추려 보여준다. 

 

메타버스 주요 이용자인 10대에 대한 아동성범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상의 신종폭력 및 범죄로 사회적 관심은 물론 현행법의 사각지대에서 방치 조장되지는 않는지 고찰도 함께 필요해 보인다.메타버스는 현실 세계를 동일하게 또는 변형해 구현한 온라인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디지털 캐릭터 ‘아바타’를 이용해 게임이나 대화, 사회 활동 등을 한다. 문제는 아바타로 개인 간 상호관계가 이뤄지기 때문에 모욕, 비하, 인신공격 등과 같은 현실에서의 문제가 고스란히 재연된다는 점이다.

 

실제 아이가 피해를 입었다는 등의 부모들 상담 문의가 늘고 있다. 다른 이용자가 아이의 아바타를 따라다니며 성희롱을 한다거나, 메타버스에서 친분을 쌓아 다른 메신저로 옮겨간 다음 게임 밖에서도 성적 대화를 주고받는 사례들이었다. 이들이 노출된 성적 대화에는 ‘주인·노예 역할극’도 등장하고 있다.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정희진 상담팀장은 “최근 들어 메타버스 등 신종 플랫폼에서 아이가 음란성 발언을 접했다며 부모들이 교육 의뢰를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과거엔 없던 메타버스 관련 문의·상담이 최근 늘어나는 것을 보면 다른 온라인 플랫폼에서처럼 메타버스 내 성범죄도 확장·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메타버스 주요 이용자인 10대에 대한 아동성범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텔레그램, 다크웹을 통한 아동·청소년 성착취처럼 메타버스도 얼마든지 신종 성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메타버스 주요 이용자인 10대에 대한 아동성범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텔레그램, 다크웹을 통한 아동·청소년 성착취처럼 메타버스도 얼마든지 신종 성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메타버스 서비스의 주요 이용자는 10대, 그중에서도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올초 닐슨코리아 조사를 보면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의 이용자 경우 7~12살이 50.4%, 13~18살이 20.6%를 차지했다. 전체 이용자 10명 가운데 7명이 아동·청소년인 셈이다. 성별로 보면 77%가 여성이다. 또 다른 서비스인 로블록스에서도 7~12살 49.4%, 13~18살 12.9%로 이용자의 과반을 차지한다. 여성 이용자는 55%다.  

10대가 메타버스 상 성폭력이나 성착취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발표한 ‘메타버스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메타버스의 공간 자체는 가상적이지만 경험의 효과는 실제적”이라고 짚었다. 

 

관계를 강제로 이어가며 부당한 요구를 하는 아바타 스토킹이나 채팅창 등을 통한 성희롱의 경우 처벌 규정이 일정 구비되어 있긴 하다. 다음달 21일부터 시행되는 스토킹처벌법(‘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도 스토킹으로 규정)이나 성희롱 경우 정보통신망법(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성폭력처벌법(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이 근거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범행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할 때는 청소년성보호법(제15조의2: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목적 대화 등)에 따라 처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노골적이면서도 교묘하게 폭력이 이뤄질 법한 메타버스 상에서의 유사성행위 요구에 대해선 적용할 만한 법 규정이 부족하다. 아바타끼리의 유사성행위를 직접적인 성교행위나 그 유사한 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는 아동복지법을 고려해볼 만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의치 않다고 본다.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비교적 명확해도 적용하는 데 있어 맹점도 많은 실정이다. 가령 서비스사나 가해자가 외국에 있을 경우 수사 진행 자체가 어렵다. 메타버스 상 성범죄 사례연구를 발표했던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웹상에서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성범죄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한국에 있더라도 서비스사나 가해자는 외국에 있을 수 있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본사도 미국에 있다. 처벌 규정뿐 아니라 수사절차나 수사관할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며 “(아바타 유사성행위 처벌 관련해) 신종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가 다양해지는 만큼 현행 법률의 적용에 있어서 그 범위를 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희진 상담팀장은 “텔레그램, 다크웹을 통한 아동·청소년 성착취처럼 메타버스도 얼마든지 신종 성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며 “사업운영자가 아동 성착취나 그루밍 등이 의심되는 경우 경찰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의무신고제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아동·청소년을 성착취하기 위해 유인·권유하는 온라인 그루밍 행위를 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일부개정안이 오는 24일 시행된다.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 박선옥 과장은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에 따라 경찰이 신분을 비공개하거나 위장해 수사할 수 있는 특례가 마련됐다”면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메타버스 등 신종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신분 비공개·위장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2415.html